연극 〈크루즈(Cruise)〉 제작발표회가 9월 29일 11시 혜화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배우 킹키, 배우 한민우, 연출 이남기가 참석하여 〈크루즈〉 장면 시연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영국 연극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올리비에 어워즈(Olivier Awards)’ 2022년 최우수 신작 연극(Best New Play)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연극 〈크루즈(Cruise)〉가 오는 10월 29일(목)부터 11월 8일(일)까지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아시아권 초연이자 한국 초연을 올린다.
제작발표회는 연극 〈크루즈〉 장면 시연으로 시작되었다. 극 설명에 맞춰 두 배우가 △ 잭과 마이클의 만남 △ 1980년대 런던에 도착한 마이클 △ 드랙퀸 재키 쉿의 공연 △ 마지막 밤을 향해 달려가는 마이클 △ 네 장면을 선보였다.
드랙퀸 장면을 시연한 배우 한민우는 준비된 의상과 하이힐을 착용하고 거침없이 관객을 다루는 ‘재키 쉿’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악과 춤이 돋보이는 마지막 장면을 시연한 배우 킹키는 무대 앞, 뒤, 양 옆을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며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배우 킹키가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직접 밝혔다. 댄서이자 안무가로 활동해온 킹키는 “연기를 배우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떨리는 즐거움을 느꼈다”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특히 킹키는 처음 〈크루즈〉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겁이 나서 안 하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성술의 이야기를 계기로 “겁먹고 도망가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의미처럼 느껴졌다”며 1인극이라는 쉽지 않은 무대에 뛰어든 과정을 설명했다.
20여 개의 인물을 혼자 연기해야 하는 만큼 킹키에게 가장 큰 과제는 매 순간 달라지는 인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어느 순간 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특히 대사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지는 인물들까지도 관객에게 궁금증을 남길 수 있도록 매일 인물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한민우 역시 1인극에 대한 부담감으로 시작했지만, 연습을 거치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다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며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민우는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HIV/AIDS와 중년 성소수자의 삶을 이해하는 워크숍 등에 참여하며 자신이 미처 채우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안의 질문도, 확신도 변화하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이제는 직접 무대 위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두 배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1인극의 매력을 설명했다. 킹키는 한 배우가 몸과 목소리, 태도를 바꾸며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하는 과정에서 오는 ‘신기함’을, 한민우는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관객에게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들려주는 형식적 매력을 꼽았다.
이남기 연출은 두 배우를 더블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쪽에는 연극 경험이 없지만 춤과 노래, 퍼포먼스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킹키를, 다른 한쪽에는 연극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과 젊은 에너지를 가진 민우를 배치해 서로 다른 두 배우의 색깔이 작품의 경계를 확장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댄서에서 배우로 영역을 확장한 킹키에게 이번 도전은 주변 동료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주변 댄서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어떻게 이런 결심을 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새로운 도전 자체를 응원해주고 있다며, 특히 극 후반부 음악에 몸을 맡겨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댄서로서 쌓아온 시간이 자신만의 강점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기 연출은 1980년대 영국의 HIV/AIDS 위기를 다룬 작품을 2026년 서울에서 선보이는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로나19를 지나온 지금의 관객 역시 팬데믹이 만들어낸 절멸의 공포와 상실을 직접 경험했기에, 시대와 장소가 다른 이야기임에도 공동체와 연대에 관한 감각에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관객들에게 〈크루즈〉를 미리 판단하기보다 극장에서 직접 경험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킹키는 “정말 볼거리와 즐길거리, 느낄거리가 다양하다”고 말했고, 한민우는 조명과 음악, 연출과 연기가 서로 어우러지는 공연의 감각을, 이남기 연출은 한 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1인극의 연극적 상상력을 관객들이 직접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